1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 A가 있다.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문서는 정갈하고, 숫자는 오류 하나 없다. 그가 내놓는 결과물은 상사로부터 늘 지지받았다. 결과를 내기 위해 철야를 아끼지 않았고, 수시로 밤을 새고 빈번하게 새벽에 귀가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지쳤다. 본인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는 쪽이 맞겠다.
2
또 다른 동료 B가 있었다.
A에 대면 결과물이 다소 아쉽다. A가 만들어내는 것이 무결에 가까운 S급이라면, B의 결과물은 완벽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고 괜찮은 편이다. 동료와 상급자, 때로는 고객사로부터 호불호가 갈리나 대체로 좋다. 무엇보다 A와 다르게 지나친 추가 작업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A보다 B를 선호했다.
"A랑 하면 결과는 잘 나오죠."
"근데?"
"근데 제가 없어져요."
3
그래서 누가 뛰어난 동료인가.
시간과 인력에 제한이 없고 효과를 우선해서 본다면 A가 옳다. 기한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 동안 모든 걸 쏟아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일이라면 A가 타당하다. 프로젝트 이후의 일은 잠깐 신경을 접어두면 된다. (후폭풍은 있겠지만-)
제한이 있고 효율을 따진다면 B가 옳아 보인다. 마감이 없고 숨쉬듯 반복해야 하는 연속의 작업이라면, 일정한 페이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사에 완벽하지 않아도, 지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4
그럼 상황에 맞춰 A와 B를 넘나들며 일하면 되지 않을까?
우선 잘 안된다.
A는 엄청난 꼼꼼함을 갖고 있는 대신 우선순위 정리를 못하는 편이 많다. 완벽하고자 하는 기질은 프로젝트의 완결성을 높이지만, 무엇을 먼저 처리하고 무엇을 후순위로 밀지는 쉽게 판단하지 못한다. B는 둥글둥글한 대신 치밀하고 압도하는 부분이 부족하다. 꼼꼼하게 체크해야 할 과제도 그럭저럭 뭉개며 대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게 중간의 성향이 없다. 그리고 이 기질은 잘 바뀌지 않는다.
5
한두가지 잘하는 사람은 많다. 다만 잘하는 영역이 확장되고 결합되어 시너지가 나는 경우는 갈수록 희소해진다.
짬이 차고 훈련이 되었을 때는 자기 강점을 갈고 닦아 치밀하고 예리하게 만들어야겠으나, 주니어 시절엔 단점을 보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결국 기존에 갖고 있던 성향을 벗는 연습이다.
강점은 사람을 쓸모있게 만들지만, 성향을 벗어나본 사람이 희소해진다.
아, 이렇게 장황하게 썼지만 나 역시 부지런히 성향을 탈피하려 애쓰는 중이다. (참고로 나는 B에 가깝다. 그러니 이 글은 반성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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