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과 맞닿아 있는 포정이라는 인물을 소개하고 싶다.
포정의 직업은 백정이다. 그리고 탁월한 기술자이기도 하다.
특히 소 해체 작업에 정평이 나 있었는데, 그 기술은 신기에 가까워서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2
소에 손을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로 짓누르고, 무릎을 구부려 칼을 움직이는 동작이 모두 음률에 맞고 자연스럽다. 소가죽과 고기, 살과 뼈 사이의 커다란 틈새와 빈 곳에 칼을 놀리고 움직여 소 몸이 생긴 그대로 따라간다. 그리고 기술의 미묘함은 신묘해 소의 살이나 뼈를 다친 일도 없다.
그래서 포정해우(庖丁解牛)란 사자성어의 뜻은 어느 분야에 전념하여 거의 달인의 경지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가 좀 더 풀고 싶은 부분은 조금 각도가 다르다.
3
포정은 두 팔을 살짝 벌린 채 당당히 서 있다.
칼을 든 손은 소의 마른 피와 기름으로 번들거린다.
다른 한 손은 칼을 쥐지만 않았을 뿐 칼을 쥔 손과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다.
쉴 틈 없이, 물 흐르듯이 몸을 움직인 탓에 호흡은 약간 거칠다.
하지만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는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포정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포정이 해체 작업을 끝내고 난 후 서 있는 장면의 묘사다. 위 구절은 내게 큰 울림을 던진다.
세상의 멸시와 무시를 독차지하던 한낱 백정이, 본인의 일을 마치고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절로 쾌감이 든다.
4
"남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내게 손가락질을 하든 관계 없다.
난 그저 물흐르듯 칼질을 했고, 과업을 완성했다."
라고 외치는 포정의 표정이 선명하다.
무언가 몰두해서 일을 한 후 느끼는 성취의 쾌감은 늘 기분 좋다.
5
그 성취의 취기에 빠져, 하루하루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값진 삶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어찌보면 약간의 나르시즘일 수도 있으나, 뭐 어떤가. (그건 맞는 얘기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그 기쁨에 취하면서 사는건 오히려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삶을 추구하며 살고자 반성하고 노력하며 쇄신한다.
그 일의 고귀랑 관계없이, 모든 일은 소중하고 가치있다. 내가 하는 일은 내게 전부이고 우주다. 그래서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고 즐기며 살고 있다.
6
위 장면은 우리의 일들과 닿아있지 않나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다.
남들의 시선과 편견에 개의치 않는다. 업에 대한 확신, 내 기술에 대한 의심 없이 담담하게 만들어간다.
7
세상에 당당하고 담담하게 맞서는 모습에서, 포정의 기운을 느낀다.
녹녹치 않은 시장 환경에서, 원칙과 신념으로 묵직한 걸음을 내딛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과정의 순간에서 환희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힘차게 한발 내딛는다.
포정의 기술과 마음가짐이 깃든 우리가 되면 좋겠다.
묵묵히 내일을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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