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의 첫 인터뷰를 끝내고

1
요즘 너무 바쁘다.

일도 일인데, 아이젠하워 펠로우십(이하 EF) 준비도 한창이다.
본부와 통화가 잦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저녁 약속을 잡기 힘들 정도로.

EF는 10월에야 정식 시작인데, 재단 담당자가 벌써 인터뷰 대상을 조율해준다. 그 과정 자체가 나를 담금질한다. 내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 미리 두들겨 보는 셈이다. 검증할 전문가를 찾고, 시간을 맞추고, 다시 미루고. 그걸 반복하다 오늘 대망의 첫 인터뷰를 했다.

2
늦은 밤, 노트북 앞에 앉아 데이비드 캘러웨이와 마주했다.
2014년 EF 펠로우.

3
다부진 체형과 성격의 백인이었다. 여러 전문적인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내가 세운 가설과 정반대의 답이 튀어나온 지점도 놀랐지만, 정작 오래 기억 속에 남은 건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EF를 통해 가장 남은 게 뭐냐고 물었을 때다.

4
네트워크. 그중에서도 깊은 네트워크라고 했다.
명함을 모으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두 종류라고. 위급할 때 실제로 켤 수 있는 네트워크, 그리고 오래 가는 우정.
50명을 만나도 진짜 남는 건 두세 명일 수 있다고 했다. 그 두세 명이 꼭 같은 분야일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그의 EF 프로젝트는 헬스케어였지만, 실제로 남은 친구들은 병원 관계자, 에너지 전문가, 정부 인사, 변호사, 커뮤니티 활동가였다.

지금 그의 일과 딱히 상관없는 사람들. 그런데도 여전히 친구고 동료다. 가끔 서로의 네트워크를 켠다. 그가 상대의 인맥에 접근하고, 상대도 그의 인맥을 쓴다.
네트워크는 늘리는 게 아니라 다지는 것이다.

5
그리고 EF의 네트워크는 든든하다.
무작위한 이방인이 아니어서 믿을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튀르키예에 지진이 났을 때, 그는 펠로우십에서 알게 된 튀르키예 펠로우들에게 연락해 국경 지역에 재난 대응팀을 배치하는 걸 도왔다고 했다. 그 과정에 재고 따지는 검증 절차는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 사람은 무작위한 이방인(Random Stranger)이 아니니까."

같은 펠로우라는 사실 하나로 이미 신뢰가 깔려 있다는 거다. 믿을만하니까, 그래서 믿고 맡기고 부탁하고 의지한다. 믿을만한 커뮤니티에 속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울림을 줬다. 결국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믿을만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이었다.

6
그는 이 프로그램이 루틴한 생활을 반복하는 사람을 위해 설계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30대 초중반의 괜찮은, 믿을만한 사람들을 미리 뽑아 서로 엮어두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10년, 20년 뒤 각자 나라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그때 이미 오래된 관계가 되어있다는 것. 그 관계가 위기를 해결하거나 국가 사이를 이어줄 수 있다고 봤다.

늦깎이에 이 프로그램에 들어온 내가 겸연쩍어 하니,
그도 40대가 넘어 EF를 했다며 나를 다독였다.

7
도발적인 질문도 하나 남겼다. 당신은 왜 뽑힌 것 같으냐고.

"Because I'm awesome."

그러고는 속사포처럼 화려한 이력과 경력을 늘어놓았다. 반박할 여지가 없는 화려한 이력이었고, 그 이력에 걸맞는 자신감도 좋았다. Awesome!